자동차 없는 뚜벅이 가족.
결혼하고 아기가 생기며 남편이 직장사정으로 회사를 그만두게 되었어요.
가족을 부양한다는 책임감에 친구와 사업을 한다고 이리저리 뛰어나니다, 사업자금이 모자라 결혼전부터 남편이 몰아온 자동차까지 팔겠다고 하더라고요. 남편이 음향에 관심이 많아 자동차 앞쪽 뿐 아니라 뒤쪽까지 빠빵한 음향을 설치해서 저를 태우고 다니며 자랑도 많이 했던 차였거든요. 연인시절 퇴근길에 마중나와 집까지 태워주기도 하고, 데이트할때도 함께 했던 차라 차를 판다는 게 너무 아쉬웠죠.
아이가 커가며 이동할 일도 많을 거고, 나들이도 다녀야할텐데 어쩌나 걱정이 된 저는 "나중에 아이랑 다니려면 힘들텐데 어떻게 해?" 하고 물었죠. 남편은 "사업이 잘되면 더 좋은 자동차 살거야."라고 했지만 막상 사업의 결과는 좋지 않았어요.
처음엔 이 상황이 막막함으로 다가왔지만, 부모는 아이를 위해 힘을 내게 되더라고요. '먼곳이 아니면 어때. 가족이 함께 하는 시간을 아이에게 선물하면 행복한 기억으로 남을거야.'라는 마음으로 주말마다 저희 부부는 서울과 서울근교에서 하는 행사들을 검색해봅니다. 서울시청광장에서 하는 행사에도 가고, 코엑스에서 주말에 하는 버스킹도 보고, 어린이대공원과 서울대공원에서 동물과 꽃구경도 하고, 동대문에서 하는 도깨비 야시장에도 가고, 무료물놀이장에도 놀러가고, 선유도에 가서 우연히 만난 노브레인의 멋진 공연도 보고...
유모차에 간식과 아이 기저귀 등 필요한 물건을 챙긴 가방을 싣고, 아이를 태우고 열심히 돌아다녔어요. 남편은 운전을 안하니 오히려 덜 피곤해서 좋다고 하더라고요. 그만큼 놀러가서 아이와 더 즐겁게 놀아줄 수 있으니까요. 아이도 지하철과 함께 하는 여행을 즐깁니다. 우리가 타려는 방향의 열차를 기다리며 "칙칙폭폭아, 빨리와!"라고 외치고, 이제 좀 컸다고 승강장 게이트를 통과할때 교통카드는 자기가 찍겠다고 고집합니다.
지하철을 타고 여행하는 길은 편리함 외에 더 큰 기쁨이 있어요. 바로 우리 아이를 보며 미소짓고, 아이가 야무지게 생겼다며 칭찬해주는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죠. 아이도 사람들이 자기를 바라보며 웃어주고 말을 걸어주면 함께 웃어주며, 지하철 여행길을 즐깁니다. 먼 길을 가야할 일이 생기면 공유자동차나 렌탈을 이용할수 있으니 이런 서비스가 많아지는게 다행이란 생각이 들어요.
남편은 이제 사업에 대한 마음은 접고, 건설일을 하며 열심히 가족을 위해 애쓰고 있어요. 오랫동안 해오던 사회복지일을 다시 하고싶단 마음은 있지만, 경력 단절이 오래되어서인지 지원해도 결과는 좋지 않네요. 사회복지일이 워낙 박봉이라 가족을 위해 이일을 계속 해야하나 고민도 하고 있고요.
일을 하느라 많이 힘들텐데 쉬는 날에는 아이와 함께 어디든 놀러가기위해 애써주는 남편이 안쓰러우면서도 고맙네요.
남편은 소명감 갖고 새로이 할 일을 고민중이긴 한데, 그 시간이 길어지니 옆에서 지켜보며 안쓰럽기도 해요.
하지만, 그 고민에 마침표를 찍을 날이 곧 올거라 기대하며, 현재에 감사하며 살아가려 노력중입니다.
아이가 건강하게, 밝게 커가는 것만도 정말 크게 감사할 제목이니까요.
<자동차 팔러가기 전에 마지막으로 찍은 기념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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