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로 들어서는 비가 내리네요.
이런 날 커피 한잔 마시며 글을 쓰면 훨씬 분위기가 있을텐데...
첫아이를 임신하며 아이를 위한다고 커피를 끊었더니 커피 한잔에 오늘 밤 잠못이루지 못할까 걱정되어 커피를 못마시겠네요. 밤새 뒤척이다 늦잠자면 다음날 아이 아침도 못차려주고, 해야할 집안일도 뒤로 미룰수밖에 없으니 말이죠.엄마가 되고나니 이렇게 모든게 아이 중심으로 바뀌어 버리네요.
그래서일까요? 제가 무척이나 좋아하는 천도복숭아를 우리 아이도 너무 좋아하길래 껍질을 까서 과육부분은 아이한테 잘라주고, 저는 씨에 붙은 남은 부분만 먹었거든요. 그런데, 아이랑 대화를 나누다보니 이건 아니다 싶더라고요.
- 엄마: "엄마 하나 줘. 엄마도 먹고싶어."
- 아이: "안돼. 나 다먹고싶어."
- 엄마: "이거 엄마가 사온거고, 엄마가 깎아준건데? 서율이가 다 먹으면 엄마는 어떻게해?"
- 아이: "서율이도 다 먹고싶어.엄마는 씨 먹어."
그러는데 괜히 처량해지는 제모습.
이참에 '엄마도 사람이고, 엄마도 먹고싶은 게 있고, 엄마도 감정이 있는 사람이다.'를 알려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런데, 아무리 설명해도 설득이 안되니 그냥 하나를 집어먹었습니다.
아이가 바로 "으앙~"하며 울어버리더라고요.
"서율아, 천도복숭아 하나 더 있어. 더 깎아줄게. 맛있는 건 같이 나눠먹으면 더 좋은거야."그러면서 달래주었죠.
냉장고에서 두개째 복숭아를 꺼내 까줬는데, 배가 부르지도 않은지 맛있게 먹는 아이. 정말 복숭아 한개로 모자라서 엄마한테 안준다고 했던건가 하며 괜히 미안해지는 엄마 마음.
그래서, 다음날은 처음부터 천도복숭아 2개를 꺼내 껍질을 까주었어요. 복숭아를 다 잘라놓고 저는 또 씨에 붙은 부분을 먼저 먹고있는데, 아이가 자기가 먹기도 전에 "이거 엄마 먹어."하며 잘라놓은 복숭아 하나를 건내주었어요.
어제의 대화가 통했던걸까요? 엄마를 챙기는 아이의 행동에 격하게 반응해줬습니다.
"아, 진짜? 너무 고마워. 서율이가 엄마 주니까 너무 기쁘다. 나눠먹으니까 너무 기분좋다."하며 정말 맛있게 먹어줬죠.
자기가 먼저 먹고싶을텐데 엄마에게 먼저 나눠주는 모습. 그 모습이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웠습니다.
어떤 생각을 하며 나눠줬을까 궁금했는데, 복숭아를 집어먹으며 "나눠먹으면 더 좋아."그러는걸 보니 아마 어제의 대화를 조금은 자기 마음속에 담아두었나봅니다.
아이가 중심이 되고, 아이에게 모든 걸 희생하다보면 아이는 무의식적으로 점점 자기가 최고라고 생각하게 되나봐요. 엄마한테 씨에 붙은 걸 먹으라고 하는 아이를 보며 그걸 알게됐네요. 저는 우리아이가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며 나누는 기쁨을 아는 아이로 커가면 좋겠다고 생각해왔는데, 아이만 잘 챙겨준다고 그렇게 되는 게 아닌가봐요. 우리 아이가 엄마에게, 아빠에게, 가족들에게 나누는 행동을 통해 차근차근 다른 사람들을 배려하는 마음을 배워갈거라 기대해봅니다.
엄마의 감정, 엄마의 욕구를 아이에게 알려주는 것. 아이를 위해서도 필요하다는 걸 아이와의 대화를 통해 배우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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